백 투 더 퓨처: 최고은과 로렌스 렉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2024의 서울과 런던의 두 수상자들이 ‘첨단 기술’이라는 주제에 응답하다.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2024의 서울과 런던의 두 수상자들이 ‘첨단 기술’이라는 주제에 응답하다.
제2회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Frieze Artist Award)의 주제인 ‘첨단 기술’에 대해 최고은과 로렌스 렉(Lawrence Lek)은 현저히 상이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서울 부문의 수상자인 최고은은 폐기된 가전제품들을, 런던의 수상자 로렌스 렉은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전자는 폐기된 고철들로 구성된 한편, 후자는 디지털로 구현된 빛나는 초미래(superfutures)를 그린다.
하지만 두 작가 모두 겉으로 드러나는 것 너머의 이면을 예리하게 들여다본다. 최고은은 기술 소비주의에서 파생된 폐기물을 전시장 안으로 (말 그대로) 끌어들이는 한편, 로렌스 렉은 기계적 감응에서 출발하여 도달한 논리적 의문을 추적한다. 인공 지능(AI)이 인간만큼이나 복잡한 지적 존재라면, 인공 지능 또한 인류와 같은 존재론적 의문에 빠지지 않겠는가?
로렌스 렉의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커미션작 〈Guanyin: Confessions of a Former Carebot〉은 그의 작업에서 그려내는 중화미래주의적(Sinofuturist) 세계관의 연장선에 있다. 해당 세계관은 인공지능의 타자성을 배제하는 시각을 중국을 바라보는 서구의 관점과 동치 시킨다. 살인미수로 재판을 받는 자율주행차 사건에 연루된 인공지능 심리상담사의 이야기를 담은 해당 작업은 내러티브의 비현실성이 유발하는 거리감이 무색하게도 친숙한 감응을 불러온다. 이론가이자 『Urbanomic』 매거진의 편집장인 에이미 아일랜드(Amy Ireland)는 로렌스 렉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저는 인간이 어떻게 인공지능을 의인화하는지 대신에, 인간이 어떻게 기계 같은지 사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창조적이고자 할 때조차 말이죠.’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개최 예정인 기획전 «Electric Dreams: Art and Technology Before the Internet»의 큐레이터 발 라발리아(Val Ravaglia)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현재 인공지능, 특히 생성 AI 예술을 둘러싼 논쟁의 주안점으로 바라본다. “AI 산물이 자동 생성된 예술품이나 가공된 사실로 식별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에 따라, 인류가 현실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고은이 다루는 질료 또한 마찬가지로 인간과 기계이라는 오래된 이분법적 관념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시사한다. 그가 폐기된 백색 가전들과 배관, 전선, 덕트 등의 산업 재료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앞선 세대가 축적한 기술적 유산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서울 일민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 윤율리는 서술한다. 이어서, 최고은의 작업에서 “최근 [서울의]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관습에 반하는 움직이 감지된다. [...] 장소에 일시적으로 녹아들기보다 복수의 객체가 공존하는 공간을 보여주려 한다.”라고 관찰한다. 현재의 조각들은 과거를 재창조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에 스탠딩 에어컨의 외관으로 구성된 〈화이트 홈 야드: 웰 컴 홈〉이 전시되었을 때, 그것은 단순히 후기자본주의의 낭비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음 질문을 던지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 건물, 그리고 저 건물 모두 이러한 기계들로 채워져 있는데, 주목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최근 프리즈 인터뷰에서 최고은은 이렇게 설명한다. “오늘날 기술은 비가시화되고 개념적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사실 기술이라는 건 물리적인 토대에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에 전시되고 있는 작가의 최근 연작에서는 (미국 디트로이트부터 인도 델리의 금속 청소부들의 주요 생계수단이기도 한) 중앙난방 및 에어컨 시스템에 흔히 쓰이는 구리 배관을 사용한다. 평평하게, 혹은 갤러리 벽을 뚫고 나오게끔 변형시킨 해당 작업에 대해 윤율리 큐레이터는 ‘파이프는 건물의 외피를 관통해 벽과 벽, 면과 면을 꿰매듯 잇는다’고 묘사했다. 마치 몸을 움직이는 신경계와 순환계와 같이 최고은의 침투적인 배관들과 정밀히 조형된 백색가전들은 대상의 시스템을 명백히 노출하며 그 구조와 정교함에 깔린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파이프도, 에어컨과 같이, 비가시화되고 이면에 가려진 요소입니다. 그리고 혈관처럼 도시 전체에 퍼져있어서 시스템을 이루는 물질이나 궤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사회 기반 시설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사-동물적 신체로 바라보는 관점은 기술을 불길하고 급진적인 것으로 조명하는 서구적 내러티브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이는 최고은과 로렌스 렉이 공유하는 지점이다. 에이미 아일랜드 비평가는 이와 같이 덧붙인다. “서구 인본주의의 기술에 대한 기본 시각은 남성적이고 적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위협을 느끼며 마치 도전자나 경쟁자로 인식하여 항상 그것을 어떻게 통제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곤 합니다.”
소위 ‘기술과의 관계’에 대한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온 주제이다. 하지만 로렌스 렉과 최고은은 다양한 예술적 실천을 통해 기술과의 관계를 단순히 좋고 나쁨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교란시킨다. 로봇과 대화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와 낯선 이의 냉장고가 유발하는 본능적인 불쾌감 중 어떤 것이 나을까? 발 라발리아 큐레이터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이러한 대면의 가장 최근 형태에 불과하다. 그녀는 “인터넷은 컴퓨팅의 사회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사람들을 연결시킴으로써 문화, 이데올로기, 서비스 등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했죠. 또 한 번 섬뜩하고 불편한 존재로 변모한 지금, 우리는 컴퓨터가 우리 삶에 낯선 존재였던 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두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술적인 ‘진보’를 반추 혹은 전망하는 기존 발상을 확장하고 도전하고 있다. 에이미 아일랜드는 로렌스 렉에 대해 “시간, 역사와 발전에 대한 선형적인 접근을 거부함으로써 기술에 대한 서구적 관점을 비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고대 신과 세계들에 대한 참조점들은 언제나 그의 미래적 발상과 긴밀히 얽혀있다.”
일견 이들의 작업은 존재를 지탱하는 기계와 낯선 ‘인공적인’ 지능에 매몰된 세계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예언처럼 보일 수 있나, 본질적으로 그들의 작업은 인간과 당장의 현재에 관한 탐구에 가깝다. 로렌스 렉의 2016년 작품 〈Berlin Mirror〉에 등장하는 내레이터의 말에 의하면, “[예술]은 현재를 부활시키는 나만의 방식이다.”
“프리즈 기간 동안 잠시 비가시화되고 숨겨졌던 몸체들이 드러나는 것을 마주함으로써, 우리가 기존에 인식하지 않고, 개념적으로만 다뤄왔던 대상들에 대한 관념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최고은은 덧붙인다. 이는 에이미 아일랜드가 말하는 로렌스 렉의 작업이 촉구하는 질문과 유사성을 띤다. ‘만약 우리가 기계에서 인간성을 찾으려고만 해왔다면, 인간에게서 기계성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2024년 10월 11일,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 2024를 기념하여 에이미 아일랜드와 로렌스 렉의 대담이 런던 No.9 Cork Street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2024년 11월 28일부터 2025년 6월 1일까지, 발 라발리아가 기획한 «Electric Dreams: Art and Technology Before the Internet»가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개최된다.
추가 정보
프리즈 서울은 2024년 9월 4일부터 7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현재 프리즈 서울 티켓은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프리즈 멤버십 가입을 통해 아트페어에 대한 특별 액세스, 멀티데이 입장, 멤버 전용 가이드 투어 등 다양한 혜택을 만나볼 수 있다.
프리즈 뷰잉룸(Frieze Viewing Room)은 아트페어 개최 일주일 전에 공개되며, 관람객들이 프리즈 서울을 온라인으로 선 관람하고 원격으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 및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 The Regent’s Park, 2024년 10월 9일 – 13일.
프리즈 런던 및 프리즈 마스터스 티켓 판매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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