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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ze Week Seoul 2023

이시 우드의 한국 데뷰

런던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는 이시 우드는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첫번째 전시를 가진다. 그녀의 작품에 담긴 관능적이며 불길한 이미지는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한국의 정체성과 어떠한 유사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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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ji Nam in Frieze Seoul , Frieze Week Magazine | 06 SEP 23

이시 우드(Issy Wood)의 그림은 토템과 쓰 레기를 하나의 평면에 납작하게 배치하 여 시간, 애착, 사랑과 상실의 손길에 닳 고 닳은 사물의 변화무쌍한 삶을 조명한 다. 대중문화를 캡처하 아이폰 화면과 가 족의 가보, 자화상 등에서 영감을 얻는 그녀의 그림에는 빈티지 시계의 은색 다 이얼(〈Study for I’m late, I’m late; Or so I’ve heard〉, 〈Vanessa hates Easter〉 (모두 2022) 이나 기발하게 규모를 벗어난 채소(최 근 작품에 등장하는 양배추 차 세트나 〈Study for outdoor dining〉 (2023)에서 모피 코트의 구도를 강조하는 아스파라거스) 가 종종 겹쳐져 등장한다. 우드의 주제는 케타민과 하이힐, 반쯤 먹은 초콜릿 토끼, 파이 부스러기, 새끼 고양이, 새, 블라우스 를 담은 핀터레스트(Pinterest) 보드와 같 이 약간 손상된 소녀의 영역을 일관되고 비스듬하게 나타내며, 테슬라(Tesla) 차량 의 내부는 마초적인 엔진 회전수보다 여 성의 핸드백 속을 조용히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을 안겨준다.

Issy Wood  Study for outdoor dining, 2023  Oil on linen  175 x 215 x 5 cm  68 7/8 x 84 5/8 x 2 in  (CI-IW-1496)  Image © Issy Wood 2023, courtesy the artist; Carlos/Ishikawa, London; and Michael Werner Gallery, New York.  Photographer: Damian Griffiths
Issy Wood, Study for outdoor dining, 2023. © Issy Wood 2023. Courtesy: the artist and Carlos/Ishikawa, London, Michael Werner Gallery, New York. Photograph: Damian Griffiths 

이 현대적 정물화에는 아메리칸 고 딕 양식의 환각적인 분위기가 스며들어 있으며, 이는 작가 특유의 그레이 스케 일 아상블라주 기법으로 표현된다. 빅토 리아 시대 주제의 제약으로부터 현대 영 국 미술을 해방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뉴스 스크랩, 유명인 문화, 국제 적 권태감, 국내의 음모에서 이미지를 구 한 후기 인상파 화가 월터 시커트(Walter Sickert(1860–1942))처럼, 우드의 사진은 외부와 내부,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모호한 공간에서 차용한 것이다. 또한 온 라인에 게시하는 일기와 같은 내용의 축 적 또는 확장으로 읽을 수도 있다. 작가는 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강을 건너는 것 에 대한 기괴한 공황이 찾아왔을 때, 나는 세탁소에 코트를 가져가려고 차를 타 고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심 부름을 실패한 것 같은 낭패감에 더러워 진 코트를 움켜쥐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 을 나설 때 *무언가*를 챙겨야 한다는 생 각에 구멍가게에서 여분의 슬림 담배 필 터와 바나나를 더 많이 산다. 내 뒤에 줄 을 서 있던 남자아이가 ‘서둘러, 이년아’라 고 말하는데, 내 머리가 눈에 띄게 여성으 로 보일 만큼 길어졌다는 자부심이 부풀 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이 몽환적인 일 기만으로도 발기 부전, 남근적 질투, 가면 으로서의 여성성이 라는 주제에 대한 정 신분석적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Issy Wood  Louie pizza still life, 2023  Oil on linen  30 x 40 x 2 cm  11 3/4 x 15 3/4 x 3/4 in  (CI-IW-1232)  Image © Issy Wood 2023, courtesy the artist; Carlos/Ishikawa, London; and Michael Werner Gallery, New York.  Photographer: Damian Griffiths
Issy Wood, Louie pizza still life, 2023. © Issy Wood 2023. Courtesy: the artist and Carlos/Ishikawa, London, Michael Werner Gallery, New York. Photograph: Damian Griffiths 

우드의 글과 그림에 영향을 주는 일상 의 작은 실패는 한 가지를 향해 다가갔다 가 다른 것으로부터 물러나는 작품의 구 불구불한 특성을 주제와 공명하는 느낌으 로 만들어 준다. 나는 이시 우드의 작업 을 동시대 한국 작가의 작업과 연결하여 내 조국이자 출생지인 한국이라는 맥락 에 놓아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우 드의 작업은 무엇보다 내 할머니가 사물 들과 맺었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할머니는 때때로 빈 골판지 상자와 유통 기한이 지난 수십 년 묵은 화장품으로 귀 한 수납 공간을 채우면서도 액자에 담긴 가족 사진을 숨기며 어수선함을 불평하곤 했다. 할머니가 서랍의 맨 위부터 아래까 지 물건을 분류하실 때 적용된 그녀의 가 치 체계가 종종 나를 당황하게 하지만, 그 건 아마 1940년대 서울에서 자란 영향인 것 같다. 당시 서울은 케이팝이나 럭셔리 스킨케어를 수출하는 세련된 곳도, 프 리 즈와 같은 아트페어가 열리는 곳도 아니 었고, 많은 사람들에게는 명품이나 문화 자본보다 전쟁과 가난의 기억이 대물림되 는 제3세계에 더 가까운 도시였다. 우드 의 작품은 내 평생에 걸쳐(나는 우드와 같 은 해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초고속으로 발전하고 세계 무대에서 빠르게 변모한 한국에서 전시되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 구하고, 전쟁의 후유증은 더욱 조용히 지 속되고 있다.

Issy Wood  Or so I've heard, 2022
Issy Wood, Or so I've heard, 2022. © Issy Wood 2023. Courtesy: the artist and Carlos/Ishikawa, London, Michael Werner Gallery, New York. Photograph: Damian Griffiths 

한국이 세계 현대 미술 시장과 문화 산업의 전초기지로 진화하면서 기존에 서 구에서 한국의 주체성과 역사를 해석하 던 방식은 혼란에 빠지고 그 결과로 왜곡 되었던 부분들이 재조정 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이시 우드의 창작 과정에는 개 인의 자아를 구성하는 상징의 매트릭스 와 타협하는 방식, 자아의 표식이 주체에 서 대상으로, 그리고 다시 대상으로 굴절 되는 방식이 반영되어 있다. 사재기와 컬 렉팅의 경계가 가치, 범주화, 역사적 특수 성 중 하나라면, 이 사진 속 사물들은 그 둘 사이의 경계를 넘나든다. 우드가 할머 니를 “취향은 싫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 고 싶은” 여성으로 표현한 작품 〈It’s gonna taste great〉(2022)의 가계도처럼 양가적인 연상이 담긴 소중한 물건이 등장하는 작 품도 있다. 〈Louie pizza still life〉(2023)와 같은 다른 작품에서는 쓰레기가 되기 직 전에 포착한 상품을 제시하기도 한다. 우 리가 무의식의 쓰레기통에서 특정 사물이 나 순간을 망각하든 구해내 든, 우드는 우 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적고, 그것은 꿈속에서 다시 나타나고 변형, 해 석될 운명임을 암시하는 듯 하다.

일민미술관에서는 9월 7일부터 11월 12일까지 《이시 우드: I Like to Watch》가 개최된다.

This article first appeared in Frieze Week, Seoul 2023 under the headline 'Haunted Hauses'

Main image: Issy Wood, Or so I've heard, 2022. © Issy Wood 2023. Courtesy: the artist and Carlos/Ishikawa, London, Michael Werner Gallery, New York. Photograph: Damian Griffiths 

 

Hiji Nam is a writer and editor. She lives in New York,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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