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큐레이터가 선정한 프리즈 뷰잉룸 작품 5점
자궁을 연상시키는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천 조각품부터 변화하는 매체의 속성을 묘사한 노은주의 회화 작업까지, 박주원 큐레이터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 5점을 소개한다.
자궁을 연상시키는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천 조각품부터 변화하는 매체의 속성을 묘사한 노은주의 회화 작업까지, 박주원 큐레이터의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 5점을 소개한다.
갈라 포라스-김(Gala Porras-Kim), 〈San Vitale, Ravenna, marble floor reconstruction〉, 2024
종이에 색연필, 185 x 185 x 5 cm. Commonwealth and Council
우리는 일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갈라 포라스-김(Gala Porras-Kim)은 이러한 무의식적인 행위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작가는 창의성의 유연함과 학문적 연구의 엄격함을 아우르는 예술적 실천을 도모하며 다양한 정보 저장고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예술 및 과학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우리의 이해 과정을 형성하는 방법론에 대한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재구성된 대리석 바닥 타일을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미세한 균열, 조화롭지 않은 색상 등의 결함은 세밀하게 재현되어 다층적인 서사들을 전달한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관심과 방치, 보존과 잘못된 보수를 거치며 변화해 온 대리석 바닥의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색연필을 통해 드러낸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Femme〉, 2003
패브릭, 대리석, 101.4 x 61 x 50.8 cm. Hauser & Wirth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작품에서는 분홍색 메쉬망 아래 포근한 침대에 작은 손바느질 인형이 누워 있다. 부드러운 패브릭 소재들로 구성된 이 작품은 평온함과 친밀함의 분위기 속에서 감정의 진실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여성, 엄마로 살아온 작가 자신의 삶을 시적으로 표현하며, 모성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자궁을 연상시키는 조각의 형태는 부모 자식 관계의 이중성에 대한 작가의 불안을 내포하고 있으며, 따스함과 친밀감과는 대비를 이루는 모순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이는 엄마와 아이가 깊이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독립적이고 분리된 존재라는 양가적인 사실을 섬세하게 포착한 것이다.
노은주, 〈Still Light-Orange Wind 1〉, 2024
캔버스에 유화, 72.7 x 53 cm. 갤러리바톤
대다수가 완벽하고 완전한 형태를 추구하는 반면, 노은주는 작품을 통해 불완전하고 모호한 순간을 포착하고자 한다. 취약성을 현저히 드러내는 작가의 작업적 태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테다. 그러나 이러한 꾸밈없는 실천은 변화와 관대함을 이끌어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작가의 작품들은 물질적 매체와 재료의 변화하는 속성 속에서 감각이 전달되는 방식을 중점적으로 성찰하며, 특히 도시의 근간이 되어주면서도 필연적으로 사라지는, 건설 현장이라는 일시적인 시공간에 주목한다. 감각 경험을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구조와 구도의 숨겨진 원리를 드러내고, 형태와 공간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문경원 & 전준호, 〈To Build a Fire_This is me〉, 2024
블랙 스톤, 스테인리스 스틸. Scai The Bathhouse
인공지능의 출현이라는 변혁이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현시점에서, 나는 예술이 격변하는 시대상 속에서 인류의 당면 과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곤 한다. 이는 문경원과 전준호의 공동 작업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나는 주제이며, 특히 최근 연작 《불 피우기》(2022-2024)에서 그 정점을 보여준다. 본 작품은 잭 런던(Jack London)의 1902년 단편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으며, 인공지능이 생성한 돌의 시점에서 지구의 고대 변화와 기후 변화를 바라본다. 오랜 세월 풍화로 거대한 바위에서 작은 조약돌이 된 어느 돌의 시선을 빌려 지구의 진화를 다룬다. 여기서 돌은 여러 겹의 암석층으로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는 동시에 당대의 기억을 간직하고 품고 있는 주체로 조명된다.
영혹탁(Yeung Hok Tak), 〈Guardian〉, 2018.
캔버스에 아크릴, 61 x 50.8 cm. Kiang Malingue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영혹탁(Yeung Hok Tak)은 선명하고 경쾌한 화풍을 바탕으로 이색적인 지역적 분위기와 특유의 남성적 감성을 담은 서사를 구현한다. 2000년대부터 홍콩 사람들과 풍경을 풍부하고 때로는 혼합된 색조를 사용하여 표현해 온 그는, 향수, 기억, 그리고 사회적 변화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주요 주제로 삼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의 작품은 홍콩의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회화로 발전하였으나, 여전히 풍부한 색채와 활기, 유머를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집단의식에 내재된 기억의 단편들을 드러내어 역사적 맥락과 현대적인 주제들을 낭만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병치하며, 역사적 발전과 사회적 진보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박주원 큐레이터 소개
박주원은 Supermad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학예연구사이다. 2015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교류 및 아시아 지역 집중 연구와 전시기획을 맡고 있으며, 특히 장기 기획 프로그램 ‘아시아 포커스’를 담당하고 있다. 본 프로젝트에서 ‘아시아’는 단순한 지리적 경계나 정체성을 넘어, 세계를 향한 새로운 관점과 연대 의식을 함양하는 다원적 시각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주체로 정의된다. 현장연구를 통해 동·동남아시아의 예술가들 및 지역 예술 공동체를 위한 공공 플랫폼 구축에 주력해 오고 있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의 협력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광주에서 개최한 2020 아시아문화포럼의 자문 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프리즈 뷰잉룸 소개
프리즈 서울 2024의 온라인 카탈로그인 ‘프리즈 뷰잉룸(Frieze Viewing Room)’은 8월 28일부터 9월 13일까지 운영되며, 전 세계 누구나 페어 참가 갤러리들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프리즈 뷰잉룸을 통해 관람객은 작가, 가격, 제작 연도, 매체 등의 상세 조건으로 작품을 검색하고, 관심 있는 작품 및 프레젠테이션을 저장할 수 있으며, 갤러리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팅 채널 등 다양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추가 정보
프리즈 서울은 2024년 9월 4일부터 7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현재 프리즈 서울 티켓은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프리즈 멤버십 가입을 통해 아트페어에 대한 특별 액세스, 멀티데이 입장, 멤버 전용 가이드 투어 등 다양한 혜택을 만나볼 수 있다.
프리즈 뷰잉룸(Frieze Viewing Room)은 아트페어 개최 일주일 전에 공개되며, 관람객들이 프리즈 서울을 온라인으로 선 관람하고 원격으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프리즈에 대한 더 많은 소식은 프리즈 공식 인스타그램, X, 페이스북 및 frieze.com에서 뉴스레터 구독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