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rieze Seoul | 09 JUL 24

실린더의 노두용 디렉터가 말하는 서울

서울의 관악구와 용산구에 위치한 실린더의 노두용 디렉터가 두 지역에서 바라본 서울을 이야기한다.

in Frieze Seoul | 09 JUL 24

서울의 차세대 갤러리스트로 주목받고 있는 노두용은 2020년 관악구에 실린더를 개관했다. 통상적인 갤러리 밀집 지역에서 벗어난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실린더는 퍼포먼스, 설치 미술 등 다양한 기획을 선보이며 서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예술 공간 중 하나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2023년에는 풍부한 예술 인프라를 갖춘 용산구에 두 번째 지점을 마련하여 활동 반경을 넓혔으며, 같은 해 (티나킴 갤러리(Tina Kim Gallery)와 공동으로) '프리즈 서울 스탠드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Dooyong Ro
노두용

실린더가 운영하는 두 갤러리의 주요 특징이 궁금합니다.   

실린더는 2개의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린더 원(C1)’은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인 관악구에, ‘실린더 투(C2)’는 서울 중심지인 용산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C1은 비록 위치상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주변에 다른 전시 공간이 없고 (실제로는 중심부에서 멀지 않지만)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져 예술 공간으로써 독보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린더라는 공간을 처음 열었을 때, 이런 지리적 고립감과 주변 환경의 낯섦에서 오히려 제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는 자유를 찾았어요. 그 덕분에 저는 저만의 것을 꾸준히 만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갤러리 운영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던 저에게)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었죠.  

CYLINDER receiving the Focus Asia Stand Prize 2023. Photo by Lets Studio. Courtesy of Lets Studio and Frieze
프리즈 서울 2023에서 '포커스 아시아 스탠드 상'을 수상한 실린더. 촬영: Lets Studio, 제공: Lets Studio 및 프리즈

C2에 대해 말해 보자면, 번화가에 위치했기 때문에 일단 유동 인구가 많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C1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두 번째 지점을 준비하며 갤러리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개선, 그리고 각 공간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비교하자면, C1은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적합한 공간입니다. 예컨대 갤러리 공간을 테크노 클럽으로 바꾸는 기획이나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실린더의 핵심 연례 프로그램 ‘토크(Torque)’를 진행하는 공간입니다. 그 반면에, C2는 중견 작가 혹은 규모가 있는 프로젝트에 중점을 둔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실린더가 위치한 동네들과 서울 전반에서 어떤 변화들을 목격하셨나요? 

일단 봉천동에 위치한 C1은 동네 주민들, 특히 (10살 이하) 어린아이들의 갤러리 방문이 늘어 미술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C2는 오픈한 지 1년 정도 되었는데, 변화를 확인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울은 끊임없이 변모하는 곳이고, 그 변화는 예술씬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 예술에 대한 인식과 견해가 크게 변했는데, 그 중심에 프리즈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군 복무할 때부터 프리즈를 관심 있게 지켜봐 왔기 때문에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Minha Park, ‘Time Paradox’ at CYLINDER 2, December 2023 – January 2024 (installation view). Courtesy of CYLINDER
박민하, 《Time Paradox》 전시 전경, 실린더2, 2023년 12월–2024년 1월. 제공: 실린더 

실린더의 핵심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때 저는 작가를 꿈꿨습니다. 실린더를 시작하기 전에 작품 활동을 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지금은 저도 공감하는 피드백이지만) 진부하고 가능성이 없는 작품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아들이면서 결국 작가 활동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런 시절을 거쳐, 지금은 갤러리스트로서 자신감이 생겼고, 작가들과 협력하며 그들의 장기적인 활동을 지원하고자 하는 확고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린더가 중요시하는 핵심 가치는 시간과 끈기를 아우른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역할은 작가와 관람객 모두에게 유의미한 시간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 실린더를 이끌어 나가는 것입니다. 

‘2011년 군 복무할 때부터 프리즈를 관심 있게 지켜봐 왔습니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 실린더는 이종환 작가의 단독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의 작업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무엇인가요? 

2020년 말 작가님의 학부 졸업전시를 시작으로 인연을 맺고 함께 해 왔습니다. 학부 졸업을 앞둔 작가들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신진작가들을 지원하는 실린더의 중추적인 ‘토크’ 시리즈에 참여했던 첫 번째 작가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로의 활동에 참여하고 응원하는 과정에서 작가님 작업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작품성이 좋은 것은 물론, 작가로서의 예술적 행보가 정말 기대됩니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저희는 실험적인 기획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핵심 주제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성, 그리고 ‘회화의 눈’으로, 이는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나타내는 핵심 개념들이기도 합니다. 전시될 작품에는 흥미로운 수학적 요소들과 더불어, 앞으로 작가님께서 선보일 작업에 대한 흥미로운 단서들이 포함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서울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있으신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은 리움 미술관과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입니다. 거대한 공간을 활용한 탄탄한 기획의 전시들이 항상 기대됩니다. 즐겨 찾는 갤러리는 PKM 갤러리, 휘슬, N/A 갤러리입니다. 각각의 독보적인 기획 방향이 있고, 실린더의 건축 미감에 큰 영감을 준 갤러리들이기도 합니다. (추가로, 을지로에 있는 OF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국내 미술씬 내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OF는 갤러리나 대안공간으로는 분류하기 어려운, 그저 OF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죠.)    

최근에 다녀온 전시는 무엇인가요? 

뮤지엄헤드에서 개최한 김민희 작가님의 개인전 《버서커》입니다. 작가님의 작품 활동을 오래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봐 왔고, 중요한 전환점들도 주목했습니다. 이번 전시도 작가님의 작품 세계에서 또 다른 중요한 기점에 해당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버서커'들이 등장하는 화면에 자신을 투영함으로써, 김민희 작가님은 이런 인물들이 지닌 에너지와 이들을 향한 미묘한 감정들을 회화로 번역합니다. 해당 전시는 작가님의 작업에 있어 새로운 도전이자 결의로 느껴졌습니다. 

2. TORQUE 4 / MANETTINO DIAL Seo Hyun Kim, Minseo Kang, Hye Yun Cho - 2024.2 ~ 2024.3
김서현, 강민서, 조혜윤, 《TORQUE 4 / MANETTINO DIAL》, 전시 전경, 실린더 1, 2024년 2월–3월. 제공: 실린더

요즘 가장 기대되는 신진작가는 누구인가요? 

박예림 작가님입니다. 2022년 초에 개최했던 TORQUE 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 《뉴트럴 스티어(Neutral Steer)》를 통해 처음 함께 일하게 되었고, 현재 실린더 전속 작가입니다. 고대 식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현미경으로 식물을 관찰하고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박예림 작가님의 작품은 낭만적이지만, 때로는 종말론적 사상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다른 도시들의 예술 현장과 서울, 특히 실린더가 속하는 예술 현장을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갤러리스트로서의 경력이 아직 길지 않기 때문에 더 복합적인 의견을 말씀 드리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모든 것이 여전히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국내의 다른 도시들도 예술 핵심지로서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며, 한국에서 조금 더 균형 잡힌 예술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실린더 주변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당은 어딘가요?   

용산구에 있는 ‘굿손’이라는 베트남 음식점을 자주 가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인테리어도 재밌습니다. 게다가 C2에서 걸어서 1분 거리라서 편리합니다!

실린더 근처에 있는 바 추천 부탁드립니다.  

C2 주변에는 좋은 바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저는 (전시 오프닝 리셉션 장소인) ‘핸드&말트,’ 혹은 (실린더와 분위기가 비슷한) ‘위스키한강’을 주로 찾아 갑니다. 그리고 ‘사랑이 뭐길래’ 바에서는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을 포함한 용산의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서울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서울은 활기가 넘치고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언제든지 해결책을 어딘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의 단점은 무엇인가요? 

날씨인 것 같습니다. 여름에는 너무 습하고 덥고, 겨울에는 매서운 바람도 불고 너무 춥습니다.

실린더는 2024년 9월 4일부터 7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프리즈 서울에 참가할 예정이다. 

추가 정보

프리즈 서울 티켓은 지금 바로 구매 가능하며, 프리즈 멤버십 가입을 통해 아트페어에 대한 특별 액세스, 멀티데이 입장, 멤버 전용 가이드 투어 등 다양한 혜택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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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뷰잉 룸(Frieze Viewing Room)은 아트페어 개최 일주일 전에 공개되며, 관람객들이 프리즈 서울을 온라인으로 선 관람하고 원격으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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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실린더 2. 제공: 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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