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승이 묘사하는 이중의 몸
현재 상파울루 미술관(Museu de Arte de São Paulo) 및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전시하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이강승 작가. 그의 설치 작품에 깃든 다층적인 서사와 시간성을 되짚어 본다.
현재 상파울루 미술관(Museu de Arte de São Paulo) 및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전시하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이강승 작가. 그의 설치 작품에 깃든 다층적인 서사와 시간성을 되짚어 본다.
사진을 드로잉으로 본뜨는 행위. 눈에 맺힌 이미지가 팔을 지나 연필을 쥔 손을 제어하며, 양피지의 표면에 흑연으로 그을린 자국을 남긴다. 이러한 체현된 방식의 그리기는, 무의식 중의 움직임에 이르러 생각의 질서를 마구잡이로 흐트러뜨리기 시작한다. 고착되었던 기억은, 도래하지 않은 미래와 뒤엉키고 시간의 양극을 향해 뻗어 나간다.
이강승의 드로잉은 이중의 몸을 묘사한다. 이는 두 벌의 남성 셔츠 밑단이 위아래로 봉합되어 소매 한 쌍이 바닥으로 뻗은 호세 레오닐슨(José Leonilson)의 옷 설치 작품 〈Lazaro〉(1993)를 기록한 것이다. 이후, 레오닐슨의 셔츠를 다시 한 번 제작하는데, 이번에는 전통 장례식 수의에 사용되는 소재인 삼베를 자르고 꿰매어 입체적인 형상으로 새롭게 재현한 것이다. 천에는 ‘라자로(Lazaro, 부활한 자)’라는 이름이, 마틴 웡(Martin Wong)의 회화에서 양식화된 수어 알파벳을 글꼴로 활용하여 교토에서 구한 금실로 수 놓였다.
자국을 남기는 손, 천을 봉합하는 손, 화면을 짜는 손, 염소가죽을 긋는 손, 단어를 형성하는 손. 그 한편에서는 시간과 장소를 겹겹이 축적하는 조약돌과 씨앗, 그리고 덧없이 지나가는 우리의 존재를 증언하는 정원이 공존한다. 시간이 흘러, 두 명의 무용수가 하나로 이어진 이 셔츠를 입게 될 것이다. 그들의 몸놀림을 제한하고 화합하는 뒤틀린 삼베의 상연. 이 셔츠는 연결통로인 동시에, 메아리이자 반영이기도 하다. 세상을 떠난 우리가 사랑했던 이들이, 우리 품과 우리 곁에서, 지금이라는 연속적인 시제와 영원히 얽혀있듯이.
11월 17일까지 브라질 Museu de Arte de São Paulo에서 ‘Sala de vídeo: Kang Seung Lee’가 개최된다.
키아프 서울, 예술경영지원센터(KAMS), 프리즈 서울이 공동 주최하는 프리즈 토크(Frieze Talks) 프로그램에서 이강승과 파블로 호세 라미레즈(Pablo José Ramírez)의 대담이 진행된다.
본 기고글은 'Two by Two'라는 제목으로 프리즈 서울 2024의 공식 간행물 『프리즈 위크(Frieze Week)』에 처음 실렸다. (번역: 류다연)
추가 정보
프리즈 서울, 코엑스, 2024년 9월 4일 – 7일
프리즈 서울 티켓은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프리즈 멤버십 가입을 통해 아트페어에 대한 특별 액세스, 멀티데이 입장, 멤버 전용 가이드 투어 등 다양한 혜택을 만나볼 수 있다.
프리즈 뷰잉 룸(Frieze Viewing Room)은 아트페어 개최 일주일 전에 공개되며, 관람객들이 프리즈 서울을 온라인으로 선 관람하고 원격으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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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이강승, 〈Untitled (라자로, 호세 레오닐슨 1993)〉, 2023. 제공: 작가 및 Commonwealth and Council; 사진: Paul Salve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