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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ze Week Seoul 2024

예술을 향한 이미영의 열정적인 후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 공개될 이불 작가의 커미션 작품을 지원한 한국계 미국 컬렉터 이미영은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 상승과 컬렉팅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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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ng Lee AND Matthew McLean in Frieze Seoul , Frieze Week Magazine , Interviews | 05 SEP 24

매튜 맥클린(Matthew McLean): 베니스에서 금방 돌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미영: 베니스 비엔날레는 언제나 기대되는 행사입니다. 개막식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지만, 오히려 그 이후 방문할 때만 누릴 수 있는 이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6월에 방문하니 날씨도 좋고, 관객들이 많지 않아 대기 시간 없이 파빌리온에 바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었죠.  

베니스로 향하기 전에 몇 가지 관련 기사를 읽었지만, 직접 가서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과 원주민 작가들을 중심으로 조명하기 때문에, 제가 모르는 작가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고자 하는 기획 취지에 맞게, 편견 없이 감상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비엔날레들과 비교했을 때,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전반적인 미감은 제 취향과는 다소 달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부크라 카릴(Bouchra Khalil) 작가의 8채널 영상 작품 〈The Mapping Journey Project〉(2008-11)는 지도 위에 궤적을 그리는 손만을 비추며 난민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전달하는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수백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여정과 생사를 가르는 위험 속에서 수년간 A에서 B로 이동을 감행해야 했던 난민들의 이야기는 정말 강렬했습니다. 

제프리 깁슨(Jeffrey Gibson) 작가의 미국 파빌리온도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쾌활한 분위기의 공간이었어요! 전시 말미에 있는 영상 작품이 특히 재미있어서 세 번이나 봤습니다. 

“미술관에 전시될 만한 유의미한 작품들을 최대한 소장하려고 합니다.” 

MM: 저도 그 작품이 확실히 파빌리온에서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ML: 그렇죠? 깁슨 작가의 프로젝트가 지나치게 요란하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있지만, 저는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무래도 한국 파빌리온을 항상 눈여겨봅니다. 올해는 후각과 기억을 연결한다는 기획 방향이 흥미로웠습니다. 개념미술로 잘 알려진 구정아 작가의 파빌리온은 건물 밖으로 드러나는 시각적인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관람객이 내부 공간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작업을 경험하도록 구성된 것이었는데, 이는 매우 대담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를 더 깊이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이야기와 의미가 드러나는 다층적인 작품인 것 같습니다.

MM: 처음 수집한 미술품이 젊은 시절 배낭여행 중에 우연히 보게 된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이후 다수의 전시와 비엔날레를 다니시면서 컬렉터의 길을 걸어오셨는데, 그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간들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ML: 컬렉션을 확장해 온 과정을 되돌아보면, 저는 너무 쉽게 감동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큐레이터나 예술가의 시선에서 작품을 바라보고 그들의 의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끼는 편입니다. 시각적으로 저에게 매력적이지 않더라도, 그들의 과정, 노력, 목표에 공감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전시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런 점에서 제가 너무 관대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Carol Bove's 'Polka Dot'
캐롤 보브(Carol Bove), 〈​Polka Dot〉, 2016

MM: 풍부한 감수성과 열린 마음으로 예술을 감상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인 것 같습니다. 

ML: 비평을 업으로 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만의 방식대로 예술을 온전히 즐길 수 있죠. 컬렉팅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 역시 그 과정에서 제가 느끼는 설레는 감정들 때문입니다.

MM: 미술관 전시를 위한 소장품 대여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십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컬렉션을 공유하려는 동기는 어디서 비롯되나요?

ML: 컬렉팅 활동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자신의 거실에 걸 수 있는, 주거 공간에 적합한 크기의 작품을 소장합니다. 피노(Pinault)처럼 대규모 설치 작품을 소장하는 것은 어렵지만, 제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미술관에 전시될 만한 유의미한 작품들을 최대한 소장하려고 합니다.

미술관에서 소장품 대여를 요청할 경우 흔쾌히 수락합니다. 미술의 본질적인 가치는 공유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저에게 있어 미술품을 함께 공유하는 것은 미술품을 발견하는 것만큼 중요하며, 두 요소는 동등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그래서 다수의 소장품은 항상 대여 상태이고, 작품들의 위치 기록과 관리를 도와주는 분도 있습니다. 제 이메일 수신함은 큐레이터나 미술관 관계자들이 보내오는 전시 대여 요청 메일로 늘 가득 차 있습니다. 

MM: 미술관에 전시된 소장품을 마주했을 때 어떠한 감흥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ML: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지만, 셀카 한 장 정도는 찍을지도 몰라요! 저는 그저 소장품을 전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점, 해당 작가의 다른 작업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큐레이터의 해석으로 작품을 새로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 그 자체만으로 큰 만족을 느낍니다. 최근에는 뉴욕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크리스틴 선 킴(Christine Sun Kim) 작가의 전시 참여와 관련하여 소장품 대여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미 고대하고 있는 전시이기도 하고, 대여도 계획 중이어서 전시장에서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는 시간이 벌써 기다려지네요.

Samara Golden's 'A Fall of Corners' Artwork
사마라 골든(Samara Golden), 〈Missing Pieces from A Fall of Corners #3〉, 2015–16

MM: 이번에 『프리즈 위크(Frieze Week)』를 위해 자택에서 컬렉션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컬렉션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ML: 촬영을 위해 집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컬렉션 투어를 위해 사람들이 집을 방문하면, 인스타그램에 '지금 미영 씨 집을 방문 중인데 신디 셔먼(Cindy Sherman) 작품이 있다.'라고 하며 사진을 올리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그런 방식의 공유는 지양합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인테리어 잡지에서 누군가의 거실 사진을 볼 때 벽에 걸린 작품들을 가장 먼저 살펴보곤 합니다!

MM: 기관 후원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고자 합니다. 휘트니 미술관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ML: 휘트니 미술관을 후원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15년 가까이 작품수집심의위원회(acquisition committee) 위원으로, 또 10여 년 동안은 이사회 일원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회화 및 조각품 수집심의위원회에서 시작했었습니다. 저의 친한 동료이자 훌륭한 컬렉터인 그레그 밀러(Greg Miller)가 당시 저를 이끌어주었고, 현재까지도 위원회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신진 작가들에 대한 휘트니 미술관의 적극적인 지원에 깊이 공감하며, 휘트니 비엔날레(Whitney Biennale)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술 행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휘트니 미술관은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요! 

하지만 저의 기관 후원 활동은 할렘 스튜디오 미술관(the Studio Museum in Harlem)에서 시작했습니다. 행복한 우연이었죠. 스튜디오 미술관의 작품수집심의위원희에 있던 동료의 제안으로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텔마 골든(Thelma Golden)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저의 영감이자 미술 멘토가 되었습니다. 

Do Ho Suh 'Doormat: Leave Me Alone' Artwork
서도호, 〈Doormat: Leave Me Alone〉, 2003

MM: 미술관의 이사회에서는 어떠한 임무와 책임이 요구되나요?

ML: 휘트니 미술관이나 스튜디오 미술관과 같이 가치관을 공유하는 기관을 찾는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오프닝 행사와 미팅에 필히 참석해야 하고, 직원들을 격려해주어야 합니다. 규모와 상관없이, 재정적 지원도 언제나 중요하고요. 이러한 기본적인 이사회 멤버로서의 역할 외에도 특정한 작품의 수집이나 전시를 후원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는 정부의 예술 지원이 매우 제한적이거나 전무하기 때문에 예술 기관들이 후원자들에게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어떠한 방식의 지원이든 기관과 예술가들에게 큰 의미를 지닙니다. 

예술가와 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미술품 수집을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순수한 후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수렴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그저 재정적 후원입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후원 방식들로 미술관과의 깊이 있는 관계를 지속하면서, 큐레이터와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지식과 우정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금전적 가치로 절대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죠. 예술을 단순히 금전적 투자로만 인식할 경우, 예술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나 이점들이 매우 제한적일 것입니다. 

MM: 수년간 많은 아트페어를 방문하셨습니다. 아트페어에서 특히 매력적으로 느끼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ML: 아트페어를 통해 배우는 것들이 많습니다. 세계의 모든 아트페어를 방문하기는 어려우나, 특정 도시를 방문하여 그곳의 예술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유익한 기회입니다. 예를 들어, 프리즈 로스앤젤레스(Frieze Los Angeles)는 그 자체만으로 주요한 행사이지만, 도시 곳곳에 위치한 다양한 갤러리를 방문하는 것도 아트페어 경험의 핵심적인 일부분입니다.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 역시 아트페어 방문을 중심으로 그 기간에 개최되는 다른 미술관 전시를 관람하고 갤러리나 타 페어를 방문하며 폭넓은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저녁 시간에는 특별 행사에 참석하거나 새로운 레스토랑을 탐방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요. 

그리고 일부러 과장해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프리즈 서울에 대한 기대가 정말 큽니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 될 텐데, 한국 미술계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한국 기반의 예술가들이나 미술관 전시, 한국 예술 현장 전반에 대한 기대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Miyoung Lee's Collection of Artworks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강서경, 〈Narrow Meadow #19-04〉​​​​​​ 2015–19; 강서경, 〈GRANDMOTHER TOWER – tow #20-05〉​​​​​​, 2020. (벽) 세이디 베닝(Sadie Benning), 〈Untitled, “Telephone Drawing”〉​​​​​​ 2015

MM: 프리즈 서울 기간 동안 서울에서 어떤 다른 일정들도 계획 중이신가요? 

ML: 리움미술관에서 예정된 아니카 이(Anicka Yi) 작가의 전시를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을 초월하는 작품 세계로 우리에게 또 다른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작년 프리즈 서울 기간 동안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강서경 작가의 전시를 방문했는데, 전시 이미지들을 지금도 즐겨 찾아볼 만큼 좋은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의 레스토랑 씬도 한 층 다채롭고 풍부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밍글스 예약 좀 도와주세요! 

MM: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서울에서 뉴욕으로 거주하시게 된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 주실 수 있을까요?

ML: 흥미롭게도 이야기는 미국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시던 중 어머니를 만나셨어요. 아버지께서는 항상 공부를 마치시고 한국으로 돌아가실 계획이셨지만, 미국에서 결혼하시고 제가 태어났습니다. 몇 년 후 한국으로 돌아가셔서 정부에서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공부를 하다가 대학 진학을 위해 미국으로 갔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 기대하셨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남편을 만나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이며, 뉴욕에서 가장 오랫동안 거주 중입니다. 

MM: 뉴욕에 완전히 자리 잡으셨군요.

ML: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남편도 저와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요. 영국 출신이지만,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MM: 남편분께서도 컬렉팅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시는지 궁금합니다. 

ML: 남편은 주로 갤러리 디너 참석, 예술가 및 큐레이터와의 만남, 기관 후원, 그리고 미술 관련 지식 습득 등의 방식으로 예술 향유를 선호합니다. 저와는 달리, 아트페어에서 6시간 남짓하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요. 컬렉팅은 저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편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남편을 갤러리로 이끌고 가고서는, “이 작품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공감은 해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MM: 프리즈 서울이 개최되는 비슷한 시기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 공개될 이불 작가의 파사드 커미션 작품을 후원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ML: 프리즈 서울 기간 직후인 9월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프리즈 서울 기간과 겹치지 않도록 해 주세요.”라고 각별히 부탁드렸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커미션 작품을 이불 작가가 제작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불 작가의 작품은 제 초기 소장품 중 하나이며, 여성 예술가로서 깊은 존경심을 품어 왔습니다. 1970년대와 80년대 한국에서 이불 작가처럼 작업을 한다는 것은 매우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도 서울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했던 집단주의적 분위기와 그로 인한 여성들이 감내야 했던 압박감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굴하지 않으시고 자신만의 길을 당당히 구축해 나가신 거죠.

그렇다고 1980년대에 한국 미술이 갑자기 활발해진 것은 아닙니다. 20세기 전반을 걸쳐 한국 현대미술은 다양한 양상을 보이며 발전했습니다. 단색화 작가들을 비롯하여 포스트-단색화, 즉 단색화 세대 이후의 작가들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에서 경안이라는 훌륭한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1960년대와 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을 조망하는 전시가 개최되었습니다. 당시 작가들은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지켜왔습니다. 이는 실로 경의 할 만한 부분입니다. 이제는 시대가 많이 변했죠. 90세를 넘기신 김윤신 작가는 베니스에서 멋진 나무 설치 작품과 함께 주목받았습니다. 비록 시기가 늦었지만, 마땅히 인정받은 훌륭한 사례죠! 

Miyoung Lee's Collection of Artworks
(벽) 신디 셔먼(Cindy Sherman), 〈Untitled〉​​​​​​, 2016. (벤치) 캐슬린 라이언(Kathleen Ryan), 〈Bad Lime (Tortoise)〉, 2023

MM: 한국 출신이거나 한국계 작가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시는지, 혹은 이러한 작가들과 비슷한 배경을 공유하여 그들의 작품에 대해 개인적인 친밀감을 느끼시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미술에 대한 폭넓은 관심 중 일부가 한국 작가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일까요?

ML: 말씀하신 모든 이유들을 포괄합니다. 비슷한 배경을 공유함으로써 느끼는 일종의 책임감이나 연대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좋은 미술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한국의 예술 현장은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역량 있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 그리고 수준 높은 미술관 전시들이 그 활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항상 예술적 가치를 최우선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죠. 특정 팀과의 개인적인 친분은 무조건적인 지지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두 명의 한국인 설립자를 둔 커먼월스 앤드 카운실(Commonwealth and Council)의 작품을 소장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그들이 좋은 미술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생각하기에 그들은 가장 친절한 미술계 인사 중 두 분이라는 사실도 큰 장점이죠.

MM: 현재 ‘위시리스트’에 포함된 작가는 누구인가요?

ML: 최근에는 특히 조각 작품들이 눈에 띄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한 레일라 바비라이(Leilah Babirye) 작가의 작품이 그렇습니다. 데이나 슈츠(Dana Schutz) 작가는 회화 작품도 훌륭하지만, 조각 작업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베니스에서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의 조각을 보았을 때, 슈츠 작가의 조각이 떠올랐습니다. 그 반대로 슈츠 작가의 작품이 드 쿠닝을 떠올리게 한다고 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고요한 아름다움을 지닌 에이미 야오(Amy Yao)의 작품도 있습니다. 구석에 쌀 한 무더기를 쌓은 그녀의 작품은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Felix Gonzalez-Torres)의 사탕 설치 작품을 연상시킵니다. 조각가 로즈 심슨(Rose Simpson)도 떠오르네요.

MM: 마지막 질문입니다. 만약 집에 화재가 발생해서 단 하나의 작품만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떤 작품을 선택하시겠어요?

ML: 단연코 제 침실에 있는 티모시 그린필드-샌더스(Timothy Greenfield-Sanders)의 사진입니다! 제 아이들이 재학 중이던 학교의 학부모였던 그는 자선 모금 행사의 일환으로 당시 8살과 10살이었던 제 아이들의 흑백 초상화를 촬영했습니다. 딸의 순수한 이상주의와 아들의 장난기 넘치는 명량함을 예리하게 포착했죠. 아이들이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이지만 개성이 잘 살아 있어요.

인터뷰는 프리즈 서울 2024 공식 간행물 『프리즈 위크(Frieze Week)』에 처음 실렸다. 번역: 류다연

추가 정보

프리즈 서울, 코엑스, 2024 9 4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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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양혜규, 〈매개자-털난 드래곤 볼〉, 2016

Miyoung Lee is a collector and trustee of 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USA. She lives in New York.

Matthew McLean is Editor of Frieze Week and Creative Director at Frieze Studios. He lives in London,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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