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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ze Week Seoul 2024

레지나 표, ‘서울은 아시아의 뉴욕이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레지나 표는 자신이 성장한 서울에서 끊임없는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BY Joe Bobowicz in Frieze Seoul , Frieze Week Magazine | 22 AUG 24

조 보보위츠(JOE BOBOWICZ) 10년 전,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분명한 목표로 브랜드를 시작하셨습니다. 레지나 표의 창작 여정에 영감을 준 첫 번째 여성은 누구였는지 궁금합니다.   

레지나 표(REJINA PYO) 제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를 보며, 본인만의 확고한 스타일과 견고한 디자인의 옷에 대한 안목을 처음으로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독창적이면서도 세련되게 옷을 스타일링하시는 능력은 물론, 색을 조합하시는 감각 또한 뛰어나세요. 수년간 수집하신 예술품, 가구, 의류 등의 특별한 오브제들로 집을 꾸미셨는데, 본가를 방문할 때마다 제 컬렉션 속에서 영감이 되었던 요소들의 실마리를 발견하곤 하죠. 어머니께서는 남들과 달라 보이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셨고, 한국에서 성장한 저에게 그러한 점이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JB 옷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여성들의 현실적인 삶을 중심으로 실용성과 개성의 조화를 이루고자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RP 현대 여성을 위한 디자인에 있어 제가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그들의 바쁜 일상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통찰하고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보완할 수 있는 착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독창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하는 동시에, 옷의 기능성과 편안함에 초점을 둡니다. 예술적인 디테일과 독특한 실루엣, 그리고 화려한 색상은 여성의 자존감을 높이고 내면의 강인함을 표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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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 표, 2024. 사진: Jukka Ovaskainen

JB 옷의 실루엣과 재단에서 조형적인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축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으신 부분도 있나요? 

RP 순수미술, 조각, 그리고 건축 디자인은 제 디자인 과정에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졸업 컬렉션에서는 한국 조각가와 협업해 제작한 고목 토템을 모델들이 들고 런웨이를 걸었습니다. 이러한 조각적인 요소가 옷과 조화로울 수 있도록 연출한 시도였죠. 그 후로 공개해 온 컬렉션들은 모두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볼륨감 있는 소매부터 구두의 나무 굽 형태까지, 제 디자인에서는 구조적인 실루엣과 볼륨, 조형적인 디테일들을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매체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디자인적 영감의 원천입니다. 

JB 런던의 튜더 왕조 시대 건축물과 자코비안 양식의 건축물, 그리고 브루탈리즘의 성지인 바비칸(Barbican)에 대한 관심을 예전에 언급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의 건축물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서울은 저에게 활기 넘치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가득한 도시입니다. 마치 아시아의 뉴욕 같습니다'

RP 서울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자랑합니다. 저는 옛것과 새것이 뒤섞인 서울의 모습을 좋아합니다. 웅장하고 우아한 유럽식 건축에 익숙한 서양 관광객들에게 서울의 첫인상은 다소 혼란스럽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한국 전쟁 후에, 도시의 성장과 개발에 따라 비슷비슷한 타워 블록 형태의 고층 건물들이 반복적으로 빠르게 건설되었죠. 하지만 그러한 건물들만의 매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5~30년간 지어진 전형적인 건물들 사이에서 국내외 건축가들의 시대를 앞선 놀라운 디자인을 찾는 재미도 있고요. 그리고 서울 곳곳에서 제가 특히 좋아하는 전통 한옥을 아직도 볼 수 있습니다. 수평적인 생활공간과 다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공간, 그리고 마당을 중심으로 설계된 한옥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고요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JB 로저 힐튼(Roger Hilton)부터 질리언 아이레스(Gillian Ayres)까지, 추상 미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시다고 들었습니다. 추상 미술의 어떤 점에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RP 추상 미술과 구상 미술 모두 매력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상적인 작품들은 구조, 표면, 색깔, 질감을 직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작품을 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JB 2011년에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에서 패션 석사 학위를 받으시고, 로테르담의 보이만스 반 뵈닝겐(Boijmans Van Beuningen) 미술관에서 입주 작가로 초청받으셨습니다. 순수 미술 분야에서 작업하신 것은 그때가 처음인가요? 

RP 네, 맞습니다. 옷의 기능이나 대량 생산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큰 창의적 자유를 느꼈습니다. 컬렉션을 만드는 과정과는 완전히 달랐죠. 뻣뻣한 소재를 사용하거나 형태를 일부러 비틀고 과장되게 표현하는 등 여러 실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채로운 크기의 작품을 구상하며, 움직이지 않는 오브제를 실제 공간에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당시 다양한 분야의 협업자들과도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금속공들과 함께 특정한 형태를 구현하면서, 금속이라는 재료의 특성과 제약 안에서 작업을 구현하는 과정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JB SS20 컬렉션에서는 에텔 아드난(Etel Adnan)의 작업을 주요 레퍼런스로 삼으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는 여성 아티스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RP 특정한 인물은 없습니다. 저는 여러 예술가들의 다양한 면모를 보면서 존경심을 느낍니다. 예술가들이 창작에 쏟는 열정과 진심, 그리고 그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에 담아내는 희로애락과 다채로운 감정 표현에 항상 감탄하곤 합니다. 감동적인 작품은 이러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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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 표, 프리폴 컬렉션 2024. 제공: 레지나 표, 사진: Gwen Trannoy

JB 2023년 크린징거 갤러리(Galerie Krinzinger)에서 열린 앙헬라 데 라 크루즈(Ángela de la Cruz)의 개인전 오프닝 때 그녀가 입을 옷을 특별히 디자인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샹탈 조페(Chantal Joffe)가 그린 미술사학자 케이티 헤셀(Katy Hessel)의 초상화에서 헤셀은 레지나 표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이는 조페가 특별히 요청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미술 커뮤니티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RP 저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런던의 다양한 갤러리들을 찾아다닙니다. 이제는 감사하게도 프리즈와 같은 행사에 먼저 초대받아서 작가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다른 예술가들과의 대화는 늘 편안하고, 이런 만남과 소통을 통해서 창의적 자극을 많이 받기도 합니다. 순수미술과 디자인은 공통점이 많기도 하고, 여성 아티스트로서 공감하는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샹탈 조페, 케이티 헤셀, 앙헬라 데 라 크루즈 같은 분들과 함께 협업하는 건 저에게 정말 꿈만 같은 일입니다.  

JB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졸업 후 런던을 기반으로 계속 활동 중이시지만, 그전에는 서울 홍익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시고 한국 패션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셨죠. 예술 창작에 있어서 서울은 특히 런던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돋보이나요?

RP 서울은 저에게 활기 넘치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가득한 도시입니다. 마치 아시아의 뉴욕 같습니다. 서울과 런던의 예술 커뮤니티를 비교해 보면, 서울은 협업에 더 활발하고 열려있는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서울의 “캔 두(can do)” 정신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원동력이죠. 함께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에너지가 느껴져요. 런던에서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울에 올 때마다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얻어 가는 기분이에요. 

JB 프리즈 서울에서 기대하고 계신 한국 작가는 누구인가요?   

RP 이미래 작가님과 윤석남 작가님의 작품들을 주목할 예정입니다.

인터뷰는 ‘Seoul Is the New York of Asia’이라는 제목으로 프리즈 서울 2024 공식 간행물 『프리즈 위크(Frieze Week)』에 처음 실렸다. 번역: 우지혜

추가 정보

프리즈 서울, 코엑스, 2024년 9월 4일 –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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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레지나 표, 프리폴 컬렉션 2024. 레지나 표 제공; 사진: Gwen Trannoy

Joe Bobowicz is a writer and curator working between fine art, fashion and popular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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