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이현숙: <석광사 근방>, <사자 자세>, <고래 자세>
1. 홍이현숙, <석광사 근방>, 2020, 싱글 채널, 15' 47"
2. 홍이현숙 <사자 자세>, 2017, 싱글 채널, 4' 17"
3. 홍이현숙, <고래 자세>, 2018, 싱글 채널, 7' 12"
© 홍이현숙
홍이현숙은 도식화된 삶의 양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전복시키는 작업으로 사회의 규범과 보편적 인식에 균열을 가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최근 그는 자연과 동물을 정복과 지배, 도구의 대상으로 보는 근대의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전면적 개편을 요구해 왔다. 그는 시각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근대적 이성을 전복하고, 고정된 인식의 프레임 바깥으로 시선을 확장하기 퍼포먼스와 영상 등을 넘나들며 그가 상상한 주술적 무대 위로 관객을 초대한다. <사자자세>(2017), <고래자세>(2018), <석광사 근방>(2020)에서 작가는 비인간 존재 – 사자, 고래, 길고양이 – 에게 시선을 건네고, 그들의 언어와 몸짓으로 동화되길 시도한다. 이는 그들을 완벽하게 모방하려는 ‘되기’의 태도이기보다는, 다른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결연(alliance)’의 자세라 할 수 있겠다. 작가의 신체를 통과하며 발화되는 타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이제껏 영위해 온 삶의 방식을 재고하도록 하며, 사회의 관습적 행동 양식에서 벗어나 사고를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로써 우리는 발 딛고선 이 세계의 가공할 속도에 제동을 걸고, 믿어왔던 체계를 의심하게 되며, 인간 중심적 시선과 사고의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받게 된다.
작가 소개
홍이현숙은 대한민국 출생이며 대학에서는 조각을 전공했고 퍼포먼스와 영상설치를 주로 사용한다. 현재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동물이 나를 비춘다’라는 의미의 동물권 세미나 모임인 ‘ALiM;’의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