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화연: <코레앙 109>
남화연, <코레앙 109>, 2014,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10분 15초. © 남화연
남화연은 물리적으로 다가설 수 없는 (비)역사적 사건과 오늘이라는 이름의 현재 사이 모종의 궤적을 가설하고, 과거와 현재를 비선형적으로 꿰어내어 다가오지 않은 미정의 시간을 사유하도록 한다. <코레앙 109>(2014)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 중인 ‘직지심체요절’ 실물을 열람하기 위해 겪은 여정을 다룬다. 작가의 열람 요청에 도서관은 실물 책 대신 인터넷 아카이브 링크만을 제공했고, 이를 계기로 작가는 인터넷에 산재한 직지심체요절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하나의 사물, 책이 겪은 소유의 경로를 추적하게 된다. 데이터는 다양한 시공을 오가도록 허락하며, 이미지는 실재에서 멀어지고 추상화되고, 이는 실제 물질과 공간의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향한다. 남화연은 온전하지 못한 기록의 접근 불가능성을 상상과 허구로 메꾸고, 그것의 불완전성을 모종의 상상적 가능성을 위한 잠재태로 전환함으로 매 순간 미래에서 과거로 오늘을 관통하는 개념이자 형식, 즉 시간에 대해 고찰한다.
작가 소개
남화연(b.1979)은 리서치가 촉발할 수 있는 수행성과 부재를 전제로 삼는 코레오그래피의 존재론적 모순에 주목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시간의 불가해한 속성과 그것에 대한 일시적 개입, 존재와 실재에 잠재된 취약함과 우발성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고 있다. 남화연은 이전 작업을 통해 인간과 자연, 역사 등 서로 다른 리듬과 주기를 경유하며, 기록된 시간이 현재에 새롭게 도래하는 사건으로 이행하는 현상에 대한 탐구를 보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