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 2024의 첫 프리즈 라이브 프로그램 소개

프리즈 서울의 패트릭 리(Patrick Lee) 디렉터와 첫 번째 프리즈 라이브(Frieze Live) 프로그램을 기획한 문지윤 큐레이터가 만나, 퍼포먼스가 지닌 역동성과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in Frieze Seoul , Frieze Week Magazine , Interviews | 23 JUL 24

문지윤(JM)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의 프로그램 기획에 퍼포먼스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패트릭 리(PL) 프리즈 서울은 유능한 큐레이터들과 작가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포먼스를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저는 항상 아트페어에서 일어나는 예술적 개입에 관심이 많았는데, 현장을 활성화하는 작업들은 유의미하고 아트페어 이후에도 기억에 오래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퍼포머에게 아트페어는 그러한 예술적 행위를 환영하고 이해하는 관객들이 모이는 특별한 공간이 될 수 있죠. 작년 프리즈 서울에서 게티(Getty)와 함께 개최한 ‘PST’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이끼바위쿠르르(ikkibawiKrrr)의 퍼포먼스는 매우 감동적이었고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프리즈 서울의 프로그램에 퍼포먼스를 접목시켜야겠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퍼포먼스 예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다방면에서 주요한 활동을 해 오신 큐레이터와 함께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퍼포먼스에 대한 관심은 어디서 시작되었나요? 

JM 이본 레이너(Yvonne Rainer), 트리샤 브라운(Trisha Brown), 머스 커닝엄(Merce Cunningham)과 같은 저명한 안무가들에 대한 존경심에서 비롯하여 퍼포먼스에 대한 흥미를 키워나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현대미술의 근간은 1960년대, 70년대에 부상한 네오아방가르드(neo-avant-garde) 미술에 전제한다고 생각합니다. 네오아방가르드 예술적 실천은 기존 제도적 규범에 대한 저항과 더불어, 특히 여성주의 관점에서 몸을 담론의 전쟁터로 인식하며 확장된 예술을 제시했습니다. 1980년대, 90년대 말부터는 춤에 대한 제도비판이 부상했고, 2000년대 초에 이르러서는 큐레이터들이 전시 만들기(exhibition-making)에 이러한 확장된 예술의 실천을 포괄하려는 시도와 맞물려 현대예술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했습니다. 이는 제가 박사논문으로 중점적으로 다룬 주제이기도 합니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퍼포먼스 작업들을 역사적 바탕으로 전시 만들기와 춤이 교차하는 지점을 연구했습니다.   

Kim Wonyoung x Project YYIN, Becoming-dancer, Photo: Park Ji In
김원영 x 프로젝트 이인, 〈무용수 되기(Becoming-dancer)〉, 2024. 촬영: 박지인

프리즈 라이브(Frieze Live) 프로그램에서 이본 레이너의 작품 〈Trio A〉(1968)를 휠체어에 탄 안무로 재해석한 김원영 x 프로젝트 이인의 공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레이너가 걷기와 같은 일상적인 움직임을 안무에 도입하여 춤의 관습을 허물었듯이, 이번 작품 〈무용수 되기(Becoming-dancer)〉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퍼포머의 관점에서 걷기의 규범성에 도전합니다.   

PL 프리즈 라이브 프로그램에 대해 더 공유해 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JM 최근 몇 년간 저는 특히 우리의 정치사회적, 시각적 환경이 어떻게 언어의 한계를 밀어붙이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오늘날의 급진적인 정치 풍토는 언어의 행위성을 악용하고 그 힘을 무효화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글로 쓰인 단어를 체현된 경험으로 번역하는 다양한 예술적 실천들에 대해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Kim Wonyoung x Project YYIN, Becoming-dancer, 2024. Photo: Park Ji In 
김원영 x 프로젝트 이인, 〈무용수 되기(Becoming-dancer)〉, 2024. 촬영: 박지인

올해 프로그램에서는 번역을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고 있으며, 시를 일종의 오픈소스이자 협업의 매체로 간주합니다. 시는 몸과 언어, 이미지와 행동, 감정과 이성 사이의 이분법적인 경계를 허뭅니다.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행위적인 실천이 되는 것이죠. 본 프로그램에는 언어의 육체성을 되찾고 표현하는 몸의 시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가들을 포함합니다. 예를 들자면, 홍지영 작가가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고인을 위로하는 불교 의식을 동시대의 음악가들 및 보컬리스트들과 접목시키는 차연서 작가의 퍼포먼스가 있고, 한국 민속 무용가와 협업하여 현대의 예술적 언어의 확장을 시도하는 제시 천(Jesse Chun) 작가의 작업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라이브 프로그램이 프리즈 서울의 기존 프로그램들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성을 지니게 될지 궁금합니다. 

PL 프리즈 서울 첫 해에는 상영 프로그램에 온전히 집중했었습니다. 서울의 웨스(WESS)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교포(GYOPO)의 협업으로 두 곳의 오프사이트 장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두 번째 해에는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Frieze Artist Award)를 추가하고 큐레이터 추성아와 김성우가 공동 기획한 프리즈 필름(Frieze Film)을 4개의 비영리 예술공간에서 선보이며 한층 확장된 규모로 개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프리즈 뮤직(Frieze Music), 그리고 키아프 서울 및 예술경영지원센터(KAMS)와 협력하여 주최한 토크 시리즈도 공개했었죠. 올해로 3회를 맞는 프리즈 서울에서는 이런 모든 프로그램을 접목한 탄탄한 기획 구성을 기반으로, 프리즈 라이브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페어 행사장과 그 외의 장소에서 향유할 수 있는 다채로운 퍼포먼스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Jesse Chun, Score for unlanguaging (천지문 and cosmos, no.042823), performance with Yeonhee (Kim Hyangsooree, Ahn Yoohee), Photo: Seowon Nam. Courtesy of Art Sonje Center ⓒ 2024. Art Sonje Center all rights reserved.
제시 천(Jesse Chun), 〈탈언어화의 악보(천지문 그리고 우주, no.042823)〉, 연희(김향수리, 안유희)와의 퍼포먼스. 촬영: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아트선재센터

차세대 큐레이터들과 함께 프리즈 라이브를 준비한 과정과 그들의 예술적 비전을 더 많은 관람객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지원하는 것은 저에게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끝으로, 이번 프리즈 위크 기간 동안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전시들 중 특히 주목하고 계신 전시가 있나요? 

JM MMCA 전시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여성 작가들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야심찬 프로젝트이죠. 그리고 프리즈 라이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차연서 작가의 개인전이 청년예술청 SAPY에서 열릴 예정인데, 프리즈 라이브에서 선보일 작업과 연계된 전시이기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트선재센터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는 저로서, 서도호 작가의 개인전도 고대하고 있습니다. 2003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하셨고,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지평을 넓히는데 앞장서 오셨죠. 20여 년 만에 서도호 작가와 아트선재센터가 다시 만나 2005년부터 진행되어 온 연작 《사변(Speculations)》을 건물 전체를 활용하여 공개할 예정입니다. 

PL 프리즈 위크를 통해 서울의 풍부한 문화적 유산을 세계의 다양한 관객들에게 알릴 수 있어 매우 자랑스럽게 느낍니다. 해를 거듭하며 아트페어 기간 동안 국내에서 개최되는 흥미진진한 프로젝트들이 풍성해지고 있고, 올해도 역시나 주목할만한 전시들이 많습니다. 특히 올해는 부산과 광주 비엔날레가 동기간에 개최된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해가 될 것입니다. 앞서 언급하신 전시들과 더불어, 저는 일민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차재민, 백현진, 김미래 작가들의 개인전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리움 미술관에서는 아니카 이(Anicka Yi)의 개인전과 리크리트 티라바니자(Rirkrit Tiravanija)가 기획한 《아트스펙트럼 2024》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릴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의 대규모 전시도 많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추가 정보

프리즈 서울, 서울 코엑스, 2024년 9월 4일 – 7일.

프리즈 서울 티켓은 지금 바로 구매 가능하며, 프리즈 멤버십 가입을 통해 아트페어에 대한 특별 액세스, 멀티데이 입장, 멤버 전용 가이드 투어 등 다양한 혜택을 만나볼 수 있다.  

지금 구매하기

프리즈 뷰잉 룸(Frieze Viewing Room)은 아트페어 개최 일주일 전에 공개되며, 관람객들이 프리즈 서울을 온라인으로 선 관람하고 원격으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프리즈에 대한 더 많은 소식은 프리즈 공식 인스타그램X페이스북 및 frieze.com에서 뉴스레터 구독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메인 이미지: 제시 천(Jesse Chun), 〈탈언어화의 악보(천지문 그리고 우주, no.042823), 연희(김향수리, 안유희)와의 퍼포먼스. 촬영: 남서원, 제공: 아트선재센터 ⓒ 2024, 아트선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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