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와 자연 세계 간의 본질적인 유대 관계를 점점 약화시키고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재구성하고 있다. 과학은 지난 수백 년 동안 물질과 생명체를 분류하고 경계를 설정하여 이성적인 체계 안에 위치시키고 규정해 왔다. 하지만 ‘양자 이론’의 등장은 이러한 전통적인 과학적 분류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 과학적 명제에 따르면 자연은 결코 분리될 수 없고 구분지어 질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올해 프리즈 필름 기획 전반의 핵심 주축을 이루는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s)’이라는 주제는 챕터 1에서세 편의 영상 작품을 통해 본격적으로 다루어진다.
참여 작가 조세파 응잠(Josèfa Ntjam), 지몬 스파이저(Simon Speiser), 타비타 르제르(Tabita Rezaire)의 작품은 1900년경에 이르러 정립된 양자 이론의 기초적인 개념들이 이미 수 세기 전부터 여러 세대, 여러 선조들의 이해와 실천 속에 존재했음을 보여주며 그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남아프리카 철학자 루텐도 응가라(Rutendo Ngara)의 말을 인용하자면, “양자 물리학은 미시적 차원에서 우리가 ‘참여 우주(participatory universe)’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우주는 시공간이 상대적이며, 만물이 상호 연결되었습니다. 입자는 그 존재에 있어서 파괴 가능성과 불멸성을 동시에 내포하며, 물질은 연속성과 불연속성이라는 이중적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 수천 년간 전해 내려온 원주민의 지혜에 최첨단 과학 연구가 마침내 근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