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Frieze Seoul | 21 AUG 24

니콜라 부리오가 들려주는 광주비엔날레

올해 광주 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을 맡은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가 한국 전통 가극 판소리의 양식을 차용한 실험적인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in Frieze Seoul | 21 AUG 24

콜린 시위안 치너리(COLIN SIYUAN CHINNERY):음악과 스토리텔링이 접목된 한국적 양식인 판소리를 21세기의 사운드스케이프 (soundscape)로 소환하는 참신한 접근법을 채택하셨습니다. 기획 방향을 도출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한국 문화의 토착적 요소로 시작했습니다. 장소 특정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판소리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간결하고 오페라적인 음악 형식은 17세기 말에 등장했고, 무속적 의식을 배경으로 유래되었습니다. 판소리는 한국 남부의 특정 지역들과, 무속적 포부가 다다르고자 하는 비(非)인간의 영역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이는 담론을 시작하기에 아주 흥미로운 상징이 되어주었습니다.

21세기 예술가들이 어떻게 기존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재구성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소리가 공간을 정의하는 방식을 조명하고 싶었고, 그렇게 본 전시의 오페라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핵심 요소들이 구성되었습니다. 저는 ‘공간’에 해당하는 세 가지 주요 소리들을 찾아냈습니다.

Jura Shust, Hardens on the surface and heals the wound II, 2023. Courtesy: the artist and Management, New York; photograph: installshots.art
쥬라 셔스트(Jura Shust), 〈Hardens on the surface and heals the wound II〉, 2023. 제공: 작가 및 Management, New York. 사진: installshots.art

첫 번째 소리는 ‘부딪침 소리’로, 라르센 효과(Larsen effect) 또는 피드백 효과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는 두 발신기가 너무 가까이 위치할 때 발생하는 소리인데, 포화된 상태—즉, 공간의 결여를 나타냅니다. 전시의 도입부는 이 포화된 상태를 다루며, 공간의 과밀화, 개인이 사회에서 자신의 물리적, 정신 적 공간을 구축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포괄합니다. 두 번째 소리는 ‘겹침 소리’ 혹은 폴리포니(polyphony)입니다. 이는 영역들이 교차하는 방식과 예술가들이 작품으로 비인간적인 영역을 아우르는 방법에 대한 비유로서 흥미롭습니다. 그들이 구축하는 세상은 자신들의 시각뿐만 아니라, 타인의 관점까지 반영한 다선율의 비전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소리는 프랑스 철학자 트리스탕 가르시아(Tristan Garcia)가 광활한 “외부 세계(outdoor)”라고 표현한 것, 혹은 그것으로부터의 탈출구를 모색하는 예술가들에게 해당합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더욱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지구는 계속 축소되기 때문에 무한히 극소하거나 무한히 광대한 세계를 찾아 나섭니다. 그렇게 이 오페라적인 전시는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거리와 시장에서 만들어진 에메카 오그보(Emeka Ogboh)의 사운드 작업으로 시작합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객은 매우 포화상태의 도시 공간에 놓인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Choi Haneyl, Physically: The tower made through our elbows, 2023. Courtesy: the artist. Photo: Kim Sangtae
최하늘, 〈Physically: The tower made through our elbows〉, 2023. 제공: 작가. 사진: 김상태

CSC: 한국의 무속은 치유의 개념과도 긴밀히 맞닿아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판소리와 치유는 궤를 같이 합니다. 이와 같이, 소리의 다중성, 즉 폴리포니는 공존과 그에 따르는 필수적인 불협(dissonance)에 대한 은유이며 상징입니다. ‘피드백 (Feedback)’은 곧 소셜 미디어로부터 생성된 파괴적인 반향실(echo chamber) 효과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NB: 그렇습니다. 반향의 방. 그것이 첫 번째 층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또 다른 이미지는 바로 루프(loop)입니다. 오늘날 세계에서 경제, 정치, 미학의 모든 층위에서 가장 현저하게 드러나는 형태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설치한 모든 루프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것은 너무 명백한 현실입니다. 저는 결코 전시를 성명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예증의 일환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기선 거의 음악적인 방식으로 전시 기획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페라의 대본인 리브레토(libretto)를 쓰고, 예술가들이 오페라 안의 가수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예술가들의 작업이 같은 공간, 특정된 동선을 따라 함께 공존함으로써 상호작용하며 의미가 만들어집니다. 제가 제시한 질문들에 대한 예술가들의 해석을 통해 저 역시 제 이론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저는 결코 전시를 성명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예증의 일환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CSC: 우리는 이미지와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소리를 경험합니다. 소리는 조금 더 원시적이고 감각적이며, 우리는 사유를 거치지 않고서도 소리를 지각합니다. 이 매체를 복합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기획하셨는지 궁금합니다.

NB: 일단 전시장의 입구를 터널로 조성했습니다. 특정한 경로를 따라 관객이 안내됩니다. 너무 자유로운 방랑은 원하지 않기때문입니다...첫 번째 층은 매우 밀집된 도시 공간에 주목합니다. 두 번째 층은 마치 전형적인 시골과 같이, 보기에는 트인 공간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곳에서 느끼는 억압감을 다룹니다. 이 층은 각자 상이한 예술 작품들이 같은 결론으로 도달하는 공간입니다. 예를 들어, 리암 길릭(Liam Gillick)의 신작 비디오 작업에서는 포고 아일랜드에서 촬영된 매우 매혹적인 풍경과 매우 관료적이고 행정적인 사운드가 대비를 이룹니다. 그 다음 막스 후퍼 슈나이더(Max Hooper Schneider)의 작품은 멸종과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포스트-아포칼립스적인 세계를 그립니다.

Max Hooper Schneider, Transfer Station, Hammer Project 2019. Mixed-media installation. Exhibition view Hammer Museum, Los Angeles, 2019. Courtesy of the artist, High Art, Paris/Arles, Maureen Paley, London/Hoven, Francois Ghebaly LA
막스 후퍼 슈나이더(Max Hooper Schneider), 〈Transfer Station〉, Hammer Project 2019. 혼합매체 설치. 전시 전경, Hammer Museum, Los Angeles, 2019. 제공: 작가, High Art, Paris/Arles, Maureen Paley, London/Hoven, Francois Ghebaly, LA

세 번째 층은 폴리포니—식물의 세계, 광물의 세계, 심지어 로봇의 세계까지 확장될 수 있는 담론의 가능성—에 전념합니다. 네 번째 층은 무한한 광대함을 다룹니다. 여기에는 마르게리트 위모(Marguerite Humeau), 조세파 응잠(Josèfa Ntjam), 주라 셔스트(Jura Shust)와 같은 예술가들이 포함되어 있고, 모두 무속신앙과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층인 맨 꼭대기 층은 분자적인 것, 즉 동시대 세상을 어떻게 가장 극소하고 미시적인 구성 요소로 그려낼 수 있는지를 모색합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 작가 마리나 라인간츠 (Marina Rheingantz)는 인상주의적이고 포스트-분자적인 표현법으로 세상을 구현합니다. 그렇듯, 터널에 들어섰을 때 느끼는 포화의 상태 이후, 관객은 분자 단위와 같은 무한히 작은 것에 대한 이 시각으로 전시장을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전시의 두번째 섹션이 있습니다.

CSC: 파빌리온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NB: 파빌리온들로 구성되기도 한 섹션 이지만, 본 전시의 연장선으로 양림이라는 동네 곳곳에서 전시가 이어집니다. 각종 건물에 사운드 작품들 위주로 전시됩니다. 사람들이 도시의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CSC: 다음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바로 광주 비엔날레와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부터 비롯된 ‘광주 정신’에 대한 질문입니다. 1980년 군부독재에 대항하며 촉발되었던 이 운동은 당시 잔인하게 진압되었습니다. 광주 정신을 어떻게 큐레이션 사고에 반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NB: 광주 민주화 운동과 그 여파는 여전히 그 도시의 삶 속에 현재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벽이 세워지고 국가들이 고립되는 상황에서 이 개념은 더욱 중요성을 띱니다. 저는 광주의 정신적 유산은 예술가들로부터 하여금 자신들이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지형도를 직접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전체주의나 독재국가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일입니다. 공간을 정의하고, 사용하고, 그 공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모두 저에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예술가 최하늘은 한국에서 동성애자들에게 할당된 장소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공간의 문제입니다. 자리를 찾지 못한 존재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죠.

Vladislav Markov, Asking for a friend : selling 10 dell computer monitors. Like new (were not used for porn or gaming). Local pick up only-Brooklyn, NY, 2024. Pigment and acrylic on canvas. All images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nagement, New York. Photo: installshots.art
블라디슬라프 마르코프(Vladislav Markov), 〈Asking for a friend : selling 10 dell computer monitors. Like new (were not used for porn or gaming). Local pick up only-Brooklyn, NY〉, 2024. 캔버스에 피그먼트 및 아크릴. 제공: 작가 및 Management, New York. 사진: installshots.art

CSC: 이는 소리에 대한 생각으로 되돌아가게 하는데, 벽과 고립주의는 통제와 억제에 관한 것이고, 소리는 그와 아주 상반된 개념입니다. 소리는 흐름, 에너지, 진동이며, 경계를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NB: 벽을 언급하셨는데, 그런 점에서 떠오르는 작업이 있습니다. 지금 말한 바로 그런 부분들과 긴밀히 관련된 미국 작가 나미라(Na Mira)의 작품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서울 중앙에 세워진 미군 기지의 벽에 대한 사람들의 추억에 관해 작업해 온 작가입니다. 

CSC: 비엔날레의 기원과 광주 정신과의 관련성은 유럽에서 세계대전의 잔해로부터 시작한 도큐멘타(Documenta)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유럽 출신의 큐레이터지만, 타이베이와 이스탄불에서 일하셨습니다. 동아시아에서 만난 관객, 예술가, 큐레이터들과의 의견 차이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NB: 여러 생각을 들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제 이론들—특히 관계의 미학—이 어떤 면에서는 유럽보다 아시아에서 더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에 항상 놀라곤 했습니다. 20살 때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에 위치한 틱시 사찰에서 두 달간 지냈습니다. 저는 항상 불교 철학에 관심이 많았고, 이는 제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당시 경험에 대한 글도 많이 기술해 왔습니다. 작업에서 차용하는 문화적, 의미론적 요소들이 있는데, 이는 불교적 사고방식이나 삶을 대하는 방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훨씬 직관적으로 다가간다고 생각합니다. 동양적 철학을 제 사유의 방식에 통합하고자 하기에, 아시아와의 관계를 지속해 왔습니다. 

본 인터뷰는 프리즈 서울 2024의 공식 간행물 『프리즈 위크(Frieze Week)』에 처음 실렸다번역: 류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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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Nicolas Bourriaud Bourriaud at Bernhard Leitner’s Le Cylindre Sonore (1987), Paris, 2024. 사진: Nicole Maria Wink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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