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주: <친절한 영자씨>
백현주, <친절한 영자씨>, 2013, 단채널 필름, 12' 45". © 백현주
백현주는 사회, 문화, 정치적 맥락 아래에서 집단에 부여된 정체성과 그 구성원리에 주목한다. 특히 미디어나 사회적 위계의 상부에서 종용한 현상을 의심하고, 거시가 아닌 미시, 즉 사회적 체계로부터 분리된 개인의 언어와 발화에 집중한다. <친절한 영자씨>(2013)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친절한 금자씨>(2013)의 촬영 장소를 방문하여 채록한 주민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상이다. 실제 영화 촬영 시기와 시차가 발생한 시점에서 사람들의 기억은 소실되거나 변형되었고, 이들의 구술 기억을 토대로 작성된 시나리오에 기반한 작업은 원작과는 동떨어진,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선형적 시간축으로부터 벗어난 모종의 사건으로 재구성된다. 한편 <사건의 지평선>(2019)은 반복되는 공유와 소통의 오류에 대해 집중한다. 다섯 개의 채널로 분리된 영상의 프레임 안에 갇혀 독백하는 인물들은 서로를 반사하는 동시에 투영하고, 마치 끝없는 소실점을 향해 빨려가듯 나열되어 도달할 수 없는 일치를 위해 응답 없는 말을 건넬 뿐이다. 그리고 ‘아마’, ‘나는’, ‘그래도’ 현실주의자라고 주장하는 퍼포머들의 시선이 관객을 향하는 그 ‘순간’ 잠시 멈추어 설 뿐이다. 백현주에게 공동체란 사회, 문화, 정치적 이념 아래 구축된 것이며, 작가는 그러한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만들어 내는 틈새의 영역에 침투해 그들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을 확보한다.
* <사건의 지평선>(2019)은 물리적 전시 공간 마더 오프라인에서 감상 할 수 있습니다.
작가 소개
백현주 작가는 특정 사건이나 혹은 현재 진행형인 일상에서 사람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일하며, 모이고 노는지 조사하고 그들이 형성해내는 집단의 형태나 그려낸 경계의 윤곽을 바라본다. 작가는 이를 영상이나 설치를 통해 무대-화 시킴으로서 미시사의 연속인 사회를 통해 시스템의 매커니즘이 우리 자신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질문한다.